언어구애

가십

우리가 하는 말은 대개 남 얘기다. 다시 말해서 언어는 대개 가십이다. 진화심리학자 로빈 던바는 가십 덕분에 우리 조상들은 일일이 만나서 지켜보지 않고도 폭넓은 사회적 관계를 관리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 하지만 가입에는 지위 과시나 심지어 때로눈 구애 행위로 더 잘 설명되는 또다른 특징들도 있다. 장-루이 데살은 발화자의 언설이 청자의 주목을 끌기 위해서는 그 언설이 청자와 관련이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만약 언어의 내용이 우리 조상들의 심리적 편향에 의해 형성되었다면, 이 고도로 사회적인 영장류가 관심을 기울일 가장 중요한 주제가 무엇이었겠는가? 당연히 사회적인 내용이다. 우리 조상들이 이미 서로에 대해 생각하고, 자신들의 관계들을 염려하는 데 깨어 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쓰고 있었다면, 그들은 대화에서 사회적인 내용을 좋아하는 심리적 편향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

성선택론에는 마음의 편향 이론 외에 적응도 지표 이론이 있다. 어떤 구애행위든다 마찬가지지만 우리는 구애행위들을 보면서 행위자에 대한 정보를 찾으려고 한다. 따라서 상대가 듣고 싶어하는 가십이 되려면, 참신하면서도 믿을 만하고 흥미로워야 한다. 곧 쌍방이 알고 있는 대상에 대한 새롭고 입증 가능한 정보여야 한다는 말이다. 익히 알고 있는 친구에 대한 낡은 정보나, 전혀 모르는 사람에 대한 새로운 정보는 관심을 끌기 어렵다. 그런데 쌍방이 알고 있는 대상에 대해 늘 새롭고 입증 가능한 정보를 알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 만약 발화자가 청자가 모르는 새 소식을 알고 있다면, 발화자는 비밀을 알아낼 수 있는 특별한 위치에 있거나, 발이 매우 넓거나, 아니면 기억력이 좋거나, 혹은 그런 정보를 캐낼 만한 위치에 있는 친구가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그 발회자는 높은 사회적 지위나 높은 사회적 지능을 소유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가십은 이런 식으로 사회적 지위나 사회적 기술에 대한 믿을 수 있는 지표로서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가십은 지위 과시의 수단으로서 성선택과 그 밖의 사회적 선택에 의해 환영받음으로써 진화했을 가능성이 크다. …

던바는 1997년의 한 논문에서 영국 성인들의 일상적인 대화 내용을 분석함으로써 그의 가십 이론을 검증해 본 적이 있는데, 그 결과는 던바의 ‘털 고르기로서의 가십’ 이론과 나의 ‘구애로서의 가십’ 이론을 반반씩 섞은 것이었다. —p553-556, The mating mind

대중 연설

언어구애는 좁게는 얼굴을 마주한 수작이고, 넓게는 잠재적 짝 후보의 눈에 비친 사회적 지위나 개인의 매력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는 일체의 공개된 언설이다. … 왜 우리는 직접적으로 어떤 특정한 개인을 구애하고 있지 않을 때도 정보를 전달해 주지 못해 안달난 이타주의자처럼 구는 걸까?

넓은 의미의 언어구애는 우리가 왜 집단 속에서 관심을 끌고 타당성 있는 것들을 말하려고 경쟁하는가를 잘 설명해 준다. 짝고르기는 인간의 사회생활에 깊이 스며들어 있다. 사회적 지위를 끌어올리는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짝짓기 전망을 향상시켜 주기 때문이다. … 공개적인 말하기와 토론은 개인들이 자신의 지식, 생각, 관계 맺기 전술, 판단력, 재치, 경험, 도덕성, 상상력, 자신감을 선전할 수 있는 기회다. 홍적세의 조건 아래서 이러한 자질을 선전하려는 성적 인센티브는 거의 모든 사회적 상황에서 성인 생활 내내 지속되었을 것이다. 언어는 마음을 쇼윈도에 진열한다. 이 쇼윈도를 통해 짝 고르기는 진화의 역사상 처음으로 그것들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 —p538-540, The mating m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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